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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또는 정치과학은 국가 권력의 행사와 자원 배분을 둘러싼 다양한 세력 간의 갈등, 투쟁, 타협 등의 정치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학문은 국가를 중심으로 권력의 작용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과 현상을 분석하며, 사회과학 중에서도 고급 분야로 분류됩니다. 과거에는 왕족과 정치인들이 학습하던 최상위 학문으로서, 국가와 권력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목표로 합니다.

근대 이전의 정치학은 정치사상과 이론이 인간의 정치 생활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체계적인 연구는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전통은 중세 말에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부활되었지만, 고대와 중세의 정치학은 도시 공동체나 세계적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고, 윤리나 신앙의 관점에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근대적 정치학은 중세적 세계 공동체가 해체되고, 근대 국가가 형성되면서 시작됩니다. 이는 주권 국가를 대상으로 하며, 이전의 정치학과 구별됩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적 편견에서 벗어나 세속 군주의 통치 기술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으며, 보댕은 법률적 관점에서 근대 국가의 주권성과 군주의 절대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 시기의 정치학은 국가 주권과 군주 권력의 절대성을 정당화하는 학문으로, 전제군주 국가의 이론적 뒷받침 역할을 했습니다.

근대 정치학의 성립은 국가의 기반이 확립되고, 전제군주 정치에 반대하는 민권 사상이 대두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학은 국가 권력의 소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게 되었고, 정치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해석은 자연법 사상에 기반한 국가 계약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국가 계약설은 국가나 사회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계약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이러한 사상이 존재했으나, 16세기 후반부터 군주와 국민 간의 통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군주의 지배권은 군주와 국민 간의 계약에 의해 성립되며, 군주가 계약을 어기면 국민이 저항하고 군주를 추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 계약설은 폭군을 토벌하는 이론으로 등장했고, 근대 시민사회 형성기에 국가 형성 원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국가 계약설이 반드시 민권 사상만을 강조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17세기 영국의 홉스는 절대군주제를 옹호하며 계약설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론자들은 로크와 루소처럼 근대적 민권 사상을 지지하며 민주주의 이론에 기여했습니다. 국가 계약설의 주요 특징은 정치의 세속적 성격과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세의 교권 이론과는 차별화됩니다. 특히, 로크의 권력 분립론은 몽테스키외에 의해 삼권분립론으로 체계화되었고, 루소의 자유주의는 독일의 관념적 정치이론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 계약설은 영국 혁명, 미국 독립, 프랑스 민주 혁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국가 계약설에 대한 비판도 존재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은 자연법 사상과 국가 계약설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에드먼드 버크는 역사적 관점에서 자연법과 사회 계약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민족의 전통과 관습, 역사적 발전의 가치를 강조하는 보수주의 이론을 전개했습니다. 또 다른 비판은 영국의 공리주의 사상가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공리주의는 정치적 권위의 근거를 추상적 이성이나 권리에서 찾지 않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찾는 이론입니다. 벤담과 밀은 입법, 대의 민주 정치, 선거 제도 등의 문제를 연구하고 현실 정치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법학적 정치학도 이 시기에 발전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전한 정치학은 독일에 영향을 미쳐 독일의 관념적 국가 이론을 형성했습니다. 독일은 시민 사회 형성이 늦었고, 따라서 법학적 정치학의 전통이 확립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군주 주권론과 루소의 인민 주권론을 절충한 국가 주권론이 발전했습니다. 독일의 국가 이론은 옐리네크에 의해 집대성되었으며, 블룬츨리는 국가학을 국가론, 국법학, 정책학으로 구분했습니다.

다원적 국가론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발전한 이론으로, 국가 주권론에 반대하며 주권이 여러 사회 집단에 분산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도 기본적으로 주권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근대적 정치학은 자연법에 기반한 사회 계약설, 역사 철학, 실증주의 국가학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현대 정치학의 발달

20세기까지 정치학은 철학, 법학, 역사학의 일부로 간주되어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19세기 말엽부터 정치학을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식하고, 대학에 정치학과를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정치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정치학 연구에서 과학적 접근을 도입하면서 가장 앞서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학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학문으로 급속히 발전하였고, 대한민국에서도 해방 후 정치학과가 설립되어 정치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정치학의 연구 방법과 그 자체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치학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치학은 19세기까지 이어져 온 국가학적 전통과 20세기의 과학적 방법이 공존하는 시기였습니다. 정치학의 초기 발달에서 미국 역시 독일 학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국에서는 정치학이 통치 원리를 논하는 철학이나 헌정 이론에 집중되었고, 프랑스에서는 행정 효율성과 결부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키아벨리 이후 정치학의 전통이 단절되고, 정치학은 역사와 철학의 일부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치학을 독립적인 과학으로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콩트(1798-1857)의 실증주의 철학은 이러한 정치학의 독립적 학문으로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콩트는 사회현상도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과학주의는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환영받았으며, 메리엄(C. E. Merriam)의 『정치학의 새국면』(1925)은 미국 정치학의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벤틀리(A. Bentley)의 『통치과정론』(1908)은 정치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이 시기 영미 정치학은 과학적 방법을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미국은 정치학을 독립적인 학문으로 확립하려는 노력을 지속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정치학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학의 발전은 미국의 영향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정치학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도입해 세계적으로 정치학의 연구 및 교육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정치학 연구에 머물러 있던 유럽의 정치학계도 미국의 정치학을 받아들이면서 과학적으로 정향된 연구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국제관계, 비교정치, 후진국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정치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미국에서 발달한 행동주의는 정치 연구에서 과학적 방법의 극치를 이루었으나, 가치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학

대한민국에서 정치학이 도입되고 대학에 정치학과가 설치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입니다. 195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정치학은 주로 영국과 미국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960년대에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독일의 국가학적 전통이 약화되었고, 미국의 정치학 영향이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민주정치론과 민주정부론이 주요 연구 대상이었으나, 과학적 연구방법까지 도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는 행동주의 정치학이 도입되면서 정치에 대한 이념적·제도적 해설에서 벗어나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태를 설명할 수 있는 토착적 정치학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정치학은 이제 국제적 성격을 넘어 독자적 정치학의 개척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체의 개념

고전적 정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권력의 소유자와 그 성격에 따라 국가의 정체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긍정적 또는 부정적 속성을 가지며, 고대의 많은 저자들은 이러한 정체들이 순환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폴리비오스는 정체가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정체 순환론'을 제시했습니다.

1. 왕정: 한 명의 군주가 통치하는 체제.
2. 참주정: 권력을 남용하는 폭군이 지배하는 체제.
3. 귀족정: 소수의 지혜롭고 덕 있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체제.
4. 과두정: 부유한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
5. 민주정: 다수의 국민이 통치에 참여하는 체제.
6. 무정부 상태: 통치자 없이 혼란스러운 상태.

이 중에서 긍정적인 정체의 장점을 조합한 체제를 혼합정체라고 하며, 이를 공화정이라고 부릅니다. 마키아벨리와 그가 연구했던 고대 로마의 학자들은 특히 로마의 혼합정체가 인간의 역량과 덕(virtus)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근대적 정체
근대에 들어와서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을 통해 18세기와 19세기의 서유럽에서 자유주의적 국가가 성립되었습니다. 이로써 보통선거권이 확립되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사회주의 운동이 대두하면서, 사회주의에 적합한 정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은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러시아 혁명을 통해 현실공산주의 체제를 수립했습니다.

1. 사회주의: 경제적 평등과 공동 소유를 바탕으로 한 체제.
2. 현실공산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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